2020. 8. 6 "지금은 코로나19시대 상담현장 변화가 필요한 때" - 충청투데이 칼럼 기사
작성자 1366대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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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여성긴급전화1366 대전센터장

여성긴급전화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와 같이 여성폭력으로 긴급 상담과 구조,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이 언제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특수전화 1366을 운영해 여성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 전 세계에 퍼져있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는 우리의 피해자 지원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폭력으로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에 “가정폭력피해자입니다. 제가 집에 있을 수 없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피해자 질문에 “지금 어디이신가요? 저희가 지금 계신 곳으로 갈까요? 경찰에 신고하셨나요?”라는 기본적인 응대 외에도 “열이 있나요? 코로나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나요? 코로나 양성자와 접촉하신 일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더 하게 됐다.

피해자를 관련 기관에 연계할 때도 코로나 음성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더 생겼다. 발열이 없으면 검사를 하지 않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지역사회에서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장의 실무자로서 모든 피해자에게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지 고열이 있는 피해자를 만나는 상담원의 안전은 마스크 하나로 가능한지 불안함이 있다. 타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권역을 넘는 기관연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피해자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곳을 바라지만 지금의 상황은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신중을 더 기하게 된다. 실제로 발열이 있는 피해자가 입소 문의를 하는 경우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공동생활을 하는 시설의 특성상 발열이 있는 피해자 시설 및 기관 입소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 방역지침상 발열이 있는 경우 검사를 하고 자가격리를 하도록 돼 있으나 폭력피해자는 폭력이 발생한 그곳,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가정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피해자 보호 원칙과 코로나로부터 기존입소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상담원으로서 어려운 결정의 시간도 만나게 된다.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와 같은 이용시설은 휴관 조치 돼 상담이나 교육과 같은 대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화상담 외에 전문상담사와의 상담을 통해 정보를 얻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축소 운영되고 있으며 그래서 말할 곳 없는 피해자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피해자를 돕는 우리의 법체계는 어떠한가? 가정폭력범죄 발생 시 가족에게 폭력을 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사건은 가정보호사건 처리된다. 갈 곳 없는 피해자가 보복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 사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것, 코로나로 인해 사회 전체가 불안한 상황에 집을 떠난다는 결정을 한다는 것,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도움을 구하는 전화를 하는 것, 이 모두가 피해자에겐 폭력만큼 어려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는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는 더 가혹한 것 같다. 그래서 법제도나 지원방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안전하게 준비하고 피해자를 만나는 노력과 비대면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의 고민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폭력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코로나로 위축되지 말고 소리를 내어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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